24절기 (二十四節氣)
24절기란,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해를 스물 넷으로 나눈 것으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쓰인다.
24절기는 12중기와 12절기가 번갈아 들어있다.
24절기는 매월 4~8일 사이, 19~23일 사이에 온다.
더 정확하게는 월 초에 오는 것은 절기라고 하고, 월 후반에 오는 것은 중기라고 한다.
24절기의 날짜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지구의 공전이 타원궤도를 돌기 때문에 그 길이가 일정하지 않아서다.
24절기 유래 세시풍속의 의미와 뜻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낸다.
태양의 황도상의 위치에 따라 특징 지은 계절적 구분으로
중국력법은 달의 위상변화를 기준으로 하여 역일(曆日)을 정해 나가는데,
이것에 태양의 위치에 따른 계절변화를 참작하여 윤달을 둔 태음태양력이었다.
그러나 이 역법으로는 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특별한 약속하에 입춘·우수·경칩·춘분 등 24기의 입기일(入氣日)을 정한다.
그 정하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평기법(平氣法)이고, 다른 하나는 정기법(定氣法)이다.
예전에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평기법을 써왔다.
이것은 1년의 시간적 길이를 24등분하여 황도상의 해당점에 각 기를 매기는 방법인데,
동지(冬至)를 기점으로 하여 순차로 중기·절기·중기·절기 등으로 매겨나가는 방법이다.
6세기반경에 북제(北齊)의 장자신(張子信)에 의해 태양운행의 지속(遲速)이 발견된 후,
수(隋)의 유탁(劉倬)이 정기법을 쓸 것을 제창하나, 그후 1,000년 이상이나 방치되었고,
청나라 때 서양천문학에 의한 시헌력(時憲曆)에서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정기법에서는 황도상에서 동지를 기점으로 동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매기고,
태양이 이 점을 순차로 한 점씩 지남에 따라서 절기·중기·절기·중기 등으로 매겨나간다.
이 경우 각 구역을 지나는 태양의 시간간격은 다르게 된다.
봄
봄(春) :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주로 봄철에 해당되는데, 입춘, 우수, 경첩, 춘분, 청명, 곡우 등의 절기가 포함되어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일을 준비하고 씨를 뿌리는 계절이었는데, 이를 나타내는 날도 있었다.
식목일은 신라가 당나라의 세력을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완수한 677년(문무왕 17) 2월 25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또한 조선 성종이 세자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동대문 밖의 선농단에 나아가 제사를 지내고,
왕실의 의례나 제례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이 농사를 짓던 토지를,
직접 논갈이란 날인 1343년(성종 24) 3월 10일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하다.
1. 봄을 부르는 - 입춘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315도 일 때]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1년을 춘하추동의 네 계절로 나누고,
다시 그것을 24절기로 나눠 놓았다.
한 절기와 다음 절기와의 사이는 평균 15.2일쯤 된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한 달에 절기가 두 번쯤 들어 있다.
그러나 어느 절기가 그 달의 가운데에 들어 있으면,
그 달에는 절기가 한 번 밖에 들지 않는 수도 있다.
입춘은 대개의 경우 대한과 우수의 가운데에 들어 있다.
24절기는 양력으로도 따지지만 주로 음력으로 따져서 행사를 치른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농업을 주 업으로 하는 농업국이므로,
이 24절기를 따지고 절기에 따라 농경을 해왔고, 지금도 이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절기의 순환 이용은 농경에서만 쓴 것은 아니다.
어업에서도 많이 쓰고 그 밖의 관 혼상제를 치르는 데에도 절기를 따져서 썼다.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정하여 입춘이라 하였다.
원래 고대 중국의 역법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천세력에 정해져 있다.
입춘은 연초의 경우가 많으나 때 로는 섣달에 들어있는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입춘을 중요시 않지만,
문화권이 같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는 이 날을 기쁜 날로 정하여 여러 가지 민속적 행사를 한다.
이 날을 기쁜 날로 정하여 여러 가지 민속적 행사를 한다.
입춘 날부터 봄이라고는 하지만 추위는 아직도 강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춘 추위 속에 움트는 봄의 소 리를 다음 세가지 움직임으로 설명했다.
첫째 동풍이 붙어 언 땅을 녹이고,
둘째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 이기 시작하며,
셋째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우리 세시풍속에서 입춘은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날이다.
입춘을 기준으로 88일째 되는 날,
밭에 씨를 뿌리고 210일째에는 농작물과 태풍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2. 꽃샘추위 속에 봄비가 내리고 - 우수 [황도좌표 : 태양이 황경 330°에 올 때]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으며, 입춘 15일 후인 양력 2월 19일 또는 20일이 된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맘때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튼다.
예로부터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말이 있다.
태양의 황경이 330°에 올 때 우수 입기일(入氣日)이 되는데, 음력으로는 정월 중기이다.
옛날 중국사람들은 우수입기일 이후 15일 동안의 기간을 삼후(三候)로 5일간씩 세분하여
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즉,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한편, 우수 무렵이 되면 수달은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림과 동시에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한다.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즉 말후(末候)에는 풀과 나무가 싹이 튼다.
3.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 경칩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345도 일 때]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해당될 때이다.
음력으로는 2월중에, 양력으로는 3월 5일경이 된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한편, 경칩날에 보리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 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
4. 낮과 밤이 같은 날 - 춘분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0도 일 때]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이며, 음력 2월, 양력 3월 21일경이다.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한다.
그리고 아울러 화단의 흙을 일구어 며칠 남지 않은 식목일을 위하여 씨뿌릴 준비를 한다.
춘분을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다.
특히,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해 동안 걱정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음력 2월중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고 한다.
한편,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5. 봄일을 시작하는 인화의 날 - 청명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5도 일 때]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들며, 음력 3월, 양력 4월 5일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15°에 있을 때이다.
이날은 한식의 하루 전날이거나 때로는 한식과 같은 날이 된다.
동시에 오늘날의 식목일과도 대개 겹치게 된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서 봄일을 시작하므로 이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둑의 손질을 하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작업이 된다.
다음 절기인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판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많이 짓는 경우에는 일꾼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청명, 곡우 무렵이면 서둘러 일꾼을 구하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 청명조에 “대궐에서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에 불을 일으켜 각 관청에 나누어주는데,
이것은 중국의 주나라 이래 당나라, 송나라에서도 행하여지던 예로부터의 제도이다.”라고 하였다.
<열양세시기>에서는 이와같이 불을 나누어주는 일을 한식조에 기록하고 있고,
청명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다.
불은 한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한식조에 기록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최남선(崔南善)은 한식의 풍속을 고대의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여,
해마다 봄에 신화(新火)를 만들어 구화(舊火)를 금지하던 예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다.
청명과 한식은 흔히 같은 날이 되기 때문에 뒤섞이는 경우가 많으나,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이므로 농사관계사항을 기록하는 것이 옳다.
6. 볍씨를 담그는 - 곡우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30도 일 때]
청명과 입하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이 30°에 해당할 때이다.
음력 3월, 양력 4월 20일경이 되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갔는데,
이때 볍씨를 담가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며 밖에서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는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이 있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 강원도 등지에서는 깊은 산이나 명산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간다.
곡우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 또는 거자수, 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거기서 나오는 물을 말하는데,
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먹는다.
곡우물을 먹기 위해서는 곡우 전에 미리 상처낸 나무에 통을 달아두고 여러날 동안 수액을 받는다.
강진이나 해남 등지에서는 곡우물을 먹으러 대흥사(大興寺)로 가고,
고흥 등지에서는 금산으로, 성주 등지에서는 가야산으로 가서 먹는다.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아래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특히, 신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하여 그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외지 사람들에게 더 약이 된다고 한다.
경칩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물은 여자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좋고,
거자수는 남자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다.
또, 곡우 때가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 격렬비열도 부근에 올라온다.
그때 잡는 조기를 특히 ‘곡우살이’라 한다.
곡우살이는 살은 아주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서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든다
여름
여름(夏) :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
여름 '夏'의 의미는 화려하게 꾸민 귀인의 모습에서 왔지만,
뒤에 화려한 화(華)의 의미와 혼용되어 왕성한 계절인 여름의 뜻이 되었다.
역시 여름은 번창과 무성함을 의미하는 계절로 힘의 원천을 느낄 수 있고 개방적이며 젊음이 넘치는 시기이다.
우리 전통 풍습의 음력 5월5일 단오절(端午節)은 수(數)에서 양기(陽氣:홀수)가 겹치는,
생기(生氣)가 있는 날로 1년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때이므로 천중가절(天中佳節)이라 불린다.
곧 씨름이나 그네뛰기 등 왕성한 생기를 발산하는 계절인 것이다.
음력으로 4월에서 6월까지가 여름인데,
오행(五行)으로는 화(火)이고 방위는 남(南), 오색(五色)은 적(赤)에 해당한다.
7. 초여름은 시작되고 - 입하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45도 일 때]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음력으로는 4월, 양력으로는 대개 5월 6일 전후에 해당된다.
태양의 황경이 45°에 이르렀을 때이다.
이맘때면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더 바빠진다.
여름이 다가올 것을 알리는 입하는 신록을 재촉하는 절기이다.
그래서 입하가 되면 농작물도 자라지만,
아울러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들을 없애는 작업도 많다.
송파 지역에서는 세시행사의 하나로 입하 무렵 쑥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8. 1년중 가장 바쁜 절기 - 소만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60도 일 때]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며, 음력 4월, 양력 5월 21일께가 된다.
태양이 황경 60°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작업들에, 여러가지 밭농사의 김매기들이 줄을 잇게 된다.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기간이 옛날에는 45∼50일이 걸렸으나,
지금의 비닐모판에서는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 모내기가 시작되어
1년 중 제일 바쁜 계절로 접어들게 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로부터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등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씀바귀는 꽃상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뿌리나 줄기, 잎은 이무렵 식용으로 널리 쓰인다.
또, 초후를 전후하여 즐겨 시식하는 냉잇국도 늦봄 내지는 초여름의 시절식으로 예로부터 유명하다.
보리는 말후를 중심으로 익어 밀과 더불어 여름철 주식을 대표한다.
소만 무렵 심하게 가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물 준비를 부지런히 해두기도 한다.
9. 보리는 거두고, 모는 심고 - 망종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75도 일 때]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음력 4, 5월, 양력 6월 6, 7일께가 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75°에 달한 때이다.
망종이란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옛날에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은 때였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듯이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
망종을 넘기면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닐 모판에서 모의 성장기간이 10일 정도 단축되었기 때문에,
한 절기 더 앞선 소만 무렵에 모내기가 시작된다.
특히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의 바쁜 농촌의 상황은 보리농사가 많았던 남쪽일수록 더 심했고,
보리농사가 거의 없던 북쪽은 상황이 또 달랐다.
남쪽에서는 이 때를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 만큼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다.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 와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후,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망종이 일찍 들면 그해 보리가 좋고,
늦게 들면 보리가 좋지 않다고 하며 또 이날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다고 한다.
10.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 하지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90도 일 때]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시간은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가장 길다.
남부지방 농촌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난다.
강원도지역에서는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옛날 농촌에서는 흔히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의 예를 들면, 하지까지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을 때
이장이 제관이 되어 용소(龍沼)에 가서 기우제를 지낸다.
제물로는 개나 돼지 또는 소를 잡아 그 머리만 물 속에 넣는다.
그러면 용신(龍神)이 그 부정함을 노하여 비를 내려 씻어내린다고 믿는다.
머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삶아서 기우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함께 먹는다.
충청북도 중원군 엄정면 목계리의 경우, 이장이 제관이 되어 한강지류의 소(沼) 속에 있는
용바위에서 소를 잡아 용바위에 피를 칠하고 소머리만 소 속에 넣는다.
이때 흔히 키로 물을 까불어서 비가 내리는듯한 유사주술적인 동작도 한다.
11.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 시작 - 소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05도 일 때]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들며, 음력 6월, 양력 7월 7일이나 8일께가 된다.
태양이 황경 105°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오래 자리잡아 습도가 높아지고,
장마철을 이루는 수가 많다.
예전에는 한 절기 앞선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를 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김은 매지 않는다.
팥, 콩, 조들도 가을보리를 한 하지 무렵에 심고, 소서 무렵에 김을 매준다.
또, 이때 퇴비 장만과 논두렁의 잡초깎기도 한다.
소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므로 온갖 과일과 소채가 풍성해지고 밀과 보리도 먹게 된다.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음식은 이맘 때 가장 맛이 나며,
소채류로는 호박, 생선류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조림, 구이, 찜이 다 되지만 이 무렵에는 애호박을 넣어 끓인다.
특히, 민어고추장국과 회의 맛이 두드러진다. 애호박에서 절로 단물이 나고,
민어는 한창 기름이 오를 때여서 그 국은 고추장 특유의 매운 맛이면서도
단물이 흥건히 괴어 맵고 달콤한 맛이 첫 여름의 입맛을 상큼하게 돋우어준다.
12. 과일의 절기 - 대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20도 일 때]
소서와 입추 사이에 들며, 음력 6월, 양력 7월 23일께이다.
태양의 황경이 120°가 되는 때이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 때이며 더위가 심한 시기이다.
옛날에는 논의 김을 매어주었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김은 매지 않는다.
그러나 밭김은 매어주고 논밭두렁의 잡초베기와 퇴비장만 등이 이 무렵에 계속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 입기일(入氣日)로부터 입추까지의 기간을 5일씩 끊어서 삼후(三候)로 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썩은 풀이 변하여 반딧불이 되고, 중후(中候)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말후(末候)에는 큰비가 때때로 내린다고 하였다.
이 무렵에는 몹시 더우며,
소서 때로부터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큰 장마를 이루는 때가 자주 있다.
또한, 참외나 수박 등이 풍성하고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고 채소가 풍족하며 녹음이 우거지는 시기로,
과일은 이때가 가장 맛이 난다.
그러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과실의 단물이 없어지는 반면 가물었을 때 과실맛이 난다고 한다.
특히 수박은 가뭄 뒤에 가장 제맛을 낸다.
가을
가을(秋) :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
가을 '秋'의 의미를 메뚜기 모양에서 왔다고 보거나 곡식을 추수하는 의미로 보듯이,
가을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와 상응하는 쇠락과 시듦의 전주곡으로도 그 상징을 나타낸다.
7월 15일의 백중(百中)과 8월 15일 중추절(仲秋節)은 농경 생활과 관련있는 명절이고,
7월 칠석(七夕)과 9월 9일의 중양절(重陽節)은 양기(陽氣)가 강한 날의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13. 가을의 시작 - 입추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35도 일 때]
대서와 처서 사이에 들어 있으며 음력 7월 , 양력 8월 8일경이 된다.
입추라는 말 자체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으로,
이때부터 입동 전까지의 3개월이 가을이다.
어쩌다 늦더위가 있기도 하지만 칠월칠석을 전후하여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가 을채비가 시작 된다.
특히, 이때에 김장용 무, 배추를 심고
9, 10월 서리가 내리고 얼기 전에 거두어서 겨울김장에 대비한다.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하니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거의 전국적으로 전해진다.
이 말은 5월이 모내기와 보리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발등에 오줌싼다.”는 말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이 말은 5월이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발등에 오줌싼다'는 말과
좋은 대조 를 이루는 말이다.
그러나 들녘의 벼는 한창 무르익어 가는 계절인데,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되어도 조정이 나 각 고을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
14. 천고마비의 절기 - 처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50도 일 때]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음력 7월, 양력 8월 23일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150°에 있을 때이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도 이무렵에 하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파리 모기의 성화도 사라져가는 무렵이 된다.
또한 백중의 호미씻이도 끝나는 무렵이라
그야말로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농촌은 한가한 한때를 맞이하게 된다.
한편,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하여
곡식이 흉작을 면하지 못한다는 믿음이 영남, 호남,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전하여지고 있다.
15. 포도의 절기 - 백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65도 일 때]
처서와 추분 사이에 들며, 음력 8월, 양력 9월 9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65°에 올 때이다.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 입기일(入氣日)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이때 우리나라에는 장마도 걷히고 중후와 말후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곡식을 넘어뜨리고 해일의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백로가 음력 7월 중에 드는 수도 있는데,
제주도와 전라남도지방에서는 그러한 해에는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 지방에서는 백로에 날씨가 잔잔하지 않으면 오이가 다 썩는다고 믿는다.
경상남도의 섬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한다.
또 백 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다 짓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가까운 친척을 방문하기도 한다.
16. 가을걷이에 하루해가 짧고- 추분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80도 일 때]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들며 음력 8월, 음력 9월 23일경이다.
이 날 추분점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절일로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 이가 같으므로 이 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된다.
즉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추분이 지나면 곧 찬서리가 내리고 밤은 차차 길어진다.
제비는 돌아갈 준비를 하고 기러기가 찾아온다.
한 해는 마지막을 향해 빠르게 달린다.
추분은 사람들이 세월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자신의 수확을 한번쯤 정리해보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 담 겨 있는 날이기도 하다.
17. 서리가 내리는 절기 - 한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195도 일 때]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9월, 양력으로 10월 8일경이다.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힌다.
세시명절인 중양절과 비슷한 때이다.
중양절에는 특별한 민속행사가 있으나, 한로에는 이렇다 할 행사가 없고,
다만 24절기로서 지나칠 따름이다.
하지만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한다.
18. 단풍은 더욱 빛을 더해가고 - 상강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10도 일 때]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9월, 양력으로 10월 23~24 일 께가 된다.
이 때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이는 농사일과도 관련된다.
봄에 시를 뿌리고 여름에 가꾸어서 가을에 거두어 겨울을 나는 것이
농업국인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활인 것처럼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는 상강 무렵이면 마무리가 된다.
겨울
겨울(冬) :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
겨울 '冬'의 의미는 본래 끈을 묶은 모양으로 계절의 끝인 겨울을 상징하다가,
추위의 표현인 얼음 빙{氷}의 의미를 넣어서 만든 글자이다.
죽음과 암흑의 상징이면서도 역시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암시해 주고 있다.
겨울의 추위는 다음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고{삼한 사온(三寒四溫)이면 풍년,
이상 난동(暖冬)이면 흉년}, 조상에게 묘제(墓祭)를 올리는 시향(時享)을 지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로 겨울을 표현하는데,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통과의례로 겨울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겨울은 오행(五行)의 수(水), 방위는 북(北), 오색(五色)은 흑(黑)에 해당된다.
19. 김장철 - 입동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25도 일 때]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8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225°에 이를 때이다.
입동을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의 겨울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겨울 동안의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은 입동을 기준해서 하기 때문이다.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하여야 제맛이 난다.
입동이 지난 지가 오래면 얼어붙고, 싱싱한 재료가 없으며,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시장에는 무, 배추가 가득 쌓이고,
또한 옛날에는 냇가에서 부녀자들의 무, 배추 씻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기도 하였다.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입동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날씨를 점친다.
즉,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한다.
20. 겨울의 시작 - 소설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40도 일 때]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며, 음력 10월, 양력 11월 22일이나 23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240°에 오는 때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이라고도 불린다.
옛날부터 중국사람들은 소설로부터 대설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구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가 올라가고 지기가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소설 무렵, 대개 음력 10월 20일께는 관례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이날은 손돌이 죽던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한다.
21. 눈이 많이 내리는 절기 - 대설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55도 일 때]
소설과 동지 사이에 들며, 음력 11월, 양력 12월 7, 8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225°에 도달한 때이다.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은 원래 재래 역법의 발생지이며 기준지점인 중국의 화북지방의 상황을 반영하여 붙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꼭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서,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여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난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22. 작은 설 - 동지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70도 일 때]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중국 주(周)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동짓날에 천지신과 조상의 영을 제사하고,
신하의 조하(朝賀)를 받고 군신의 연예를 받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 (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 유풍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큼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니,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23. 1년 중 가장 추운 날 - 소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285도 일 때]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으며, 입춘 15일 후인 양력 2월 19일 또는 20일이 된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맘때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튼다.
예로부터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말이 있다.
태양의 황경이 330°에 올 때 우수 입기일(入氣日)이 되는데, 음력으로는 정월 중기이다.
옛날 중국사람들은 우수입기일 이후,
15일 동안의 기간을 삼후(三候)로 5일간씩 세분하여 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즉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한편, 우수 무렵이 되면 수달은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림과 동시에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한다.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즉 말후(末候)에는 풀과 나무가 싹이 튼다.
24. 24절기의 마지막 - 대한 [황도좌표 : 태양의 황경이 300도 일 때]
24절기의 마지막 절후(節候). 양력 1월 20일경이며, 태양의 황경이 300°되는 날이다.
대한은 음력 섣달로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에서 시작하여 소한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월 15일께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즉,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신구간에 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이때의 신구간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간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1주일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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