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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ㆍ범털의 차이
‘개털’은 물리적으로 개(犬)의 털(毛)을 뜻한다.
상징적으로는, 교도소에서 돈도 면회자도 없는 죄수를 칭한다.
‘범털’의 대척이다. 해서 쓸 데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무용지물에 대한 비아냥이 되기도 하고,
소외계층의 냉소가 담긴 반항어가 되기도 한다.
범털’은 돈이나 뒷배경이 없는 ‘개털’이라는 용어의 반대 개념으로 나온 죄수들의 은어다.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1980년 황석영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에 ‘
우리 같은 개털은 몸으로 때우면서 징역 사는 수밖에 없지’라는 말이 등장한다.
일반 수감자들은 자신들과 달리 감옥에서도 대우를 받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재벌이나 정치인들을 빗대 범털이라고 불렀다.
감옥에서는 기본 물품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이나 친지들이 넣어주는 영치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치금이 풍부해 넉넉한 수감 생활을 하는 죄수들은 ‘범털’, 영치금이 없어 감옥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죄수들을 ‘개털’로 구분해 칭해 왔다.
범털들의 집합소 '서울구치소'
대한제국 말기인 1907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서울구치소는 서대문형무소로 불리다 1967년 서울구치소로
이름을 바꿨고, 1987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리에서 경기 의왕시 포일동으로 옮겨왔다.
서대문 형무소 시절에는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용되면서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정권의 단맛에 취해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고위 공무원,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탈세를 일삼는 재계 인사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곳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수감 전에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범털들의 구치소 생활은 어떨까.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을 누렸던 사람이라도
일단 구속이 되면 일반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30분~1시간 정도 뒤에 법무부에서 준비한 호송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향한다.
구치소에 도착하면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 및 건강검진을 받고 수의, 속옷 등 기본적인 물품을 받는다.
이후 수용생활에 대한 안내를 받고 독거실 혹은 혼거실로 들어가게 된다.
방 배정은 죄명, 형기, 죄질, 범죄전력, 나이, 개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공범일 경우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방을 쓰게 하고,
질병이 있다는 의사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병사에 수용된다.
범털들은 대부분 독거실을 배정받는다. 독거실은 6.56㎡(약 1.9평) 규모이며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들과의 마찰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이지 특혜 차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식사·용변·빨래·취침을 1.9평의 좁은 공간에서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는 걸어다니지도 못했다.
여름에는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버텨야 하고, 겨울은 시멘트 바닥이 차가워 견디기 힘들었다.
3개월이 지나자 누구라도 좋으니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다.
차라리 검찰청에 나가 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구치소는 기본적으로 모든 자유가 제약되는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기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범털들도 일반 수감자와 크게 차이 없는 생활을 한다.
아침 6시 기상을 알리는 음악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인원이나 건강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아침 점호를 받는다.
아침은 오전 7시, 점심은 낮 12시, 저녁은 오후 6시고, 밤 9시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식사는 쌀·보리의 혼합곡과 함께 3찬(국 포함)으로 독거실 내에 있는 식기에 배식받아 해결한다.
가족 등이 가져오는 외부 음식은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설거지는 방 안에서 직접 해야 한다.
수감자들은 ‘기상→식사→출정(검찰 조사, 재판 참석)→휴식’이라는 단순한 생활을 반복한다.
출정을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30분~1시간 정도의 운동과 하루 한 번 30분간 외부인 접견,
하루 한 번 변호사 접견 외에는 대부분을 방에서 보낸다.
범털들은 일반 수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 구속상태의 수감자들은 거의 매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20일이라는 구속기간 동안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집중 조사를 한다.
최근 구속기소된 이재현 회장도 기소 전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검찰조사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재판에 참석할 때를 제외하고는 회사 임직원들이나 가족들과의 접견을 통해 회사 중요 업무,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때는 변호사 접견이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변호사 접견은 하루 한 번만 가능하지만 시간제한이 없어 이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변호사 접견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교도관의 배석 없이 변호사와 둘만의 대화가 가능하고 접견 내용도 기록되지 않는다.
변호사를 통해 향후 검찰 수사 대응 방안은 물론 회사 업무를 지시 혹은 결재하거나
정·재계 소식, 최근 업계 동향, 국민 여론 등을 전해 듣는다.
때로는 변호사를 말동무 삼아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범털들은 구치소를 벗어나기 위해 구속집행정지 신청과 구속적부심, 보석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형이 확정된 뒤에는 설, 추석, 1월 1일, 8월 15일 등에 특별사면을 기대하면서 구치소 생활을 버티고 있다.
퀵서비스로 하루벌이 생활을 하는 김모(49)씨가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았다.
한 달 전쯤 업무방해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 25만원을 내지 못해 수배된 상태였다.
술에 약간 취한 채 로비를 서성이던 김씨는 사정을 묻는 경찰관에게 “자수하러 왔다.
벌금 낼 돈이 없으니 유치장에서 몸으로 때우겠다”고 했다.
그는 서울남부구치소로 인계됐다.
박모(38)씨는 술을 마시고 행인을 때렸다가 부과받은 벌금 100만원을 내지 못해 경찰에 붙잡혔다.
노숙생활을 하다 최근에야 노숙자다시서기센터의 소개로 월수입 43만원 청소일을 시작한 터였다.
그도 벌금 대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
구치소에서 하루 노역하면 벌금 5만원이 탕감된다.
100만원어치 노역 20일을 마치고 출소했다.
노역장 유치는 벌금 못낸 사람들을 일정 기간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두고 일을 시키는 처분이다.
노역 일당은 대부분 5만원으로 책정된다.
노상방뇨 등 경범죄의 경우 3만원이 책정되기도 한다.
벌금형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구금하지 않고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벌이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는 사실상 징역형과 다를 게 없고 부자에게는 두렵지 않은 처벌이 되고 있다.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벌금은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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